안개 (200722)
열 살이 되던 해, 잭은 이미 침을 정확하고 빠르게, 다른 말로는 최대한 더럽게 뱉는 법을 터득했다. 아이들 사이에 으레 유행하는 놀이였다. 창가, 발코니, 혹은 지붕 사이에 숨어 한껏 가래를 끌어모은 다음 지나가던 행인의 머리 위에 조준하는 것이다. 정수리에 안착한 경우가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고 발치에 떨어지면 탈락이었다. 대머리에게는 가산점이 붙었는데, 만약 들켜서 뒷덜미를 잡히면 지금까지의 기록이 모두 무효가 됐다. 해가 지고 집으로 소환당한 아이들은 표적 삼을 만한 취객이 정신없이 비틀거리며 주택가 골목으로 들어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밤새 그들만의 작은 사냥을 만끽한 후 날이 밝으면 광장에 모여 지난밤의 성과를 자랑해댔다. 애들 장난이 그렇듯이 명문화된 규정도 시비를 가릴 심판도 없어 점수 체계는 엉망이었고 무용담에는 거짓과 과장이 난무했지만, 유행의 불씨가 사그라들기 전까지 경쟁은 계속될 예정이었다.
유독 해무가 짙은 날이었다. 바다로부터 밀려온 습하고 뿌연 증기가 거리를 뒤덮었다. 이런 날에는 어른들이 아이들을 이른 오후부터 안으로 불러들였다. 안개 속에서 방향을 잃고 헤매다 발을 헛디뎌 부두에서 떨어질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잭은 창틀에 기대어 희끄무레한 안개를 헤치고 나타날 누군가를 기다렸다. 눅눅한 공기가 소리마저 잡아먹었는지 밖에서는 떠돌이 개 하나 울지 않았다. 잭은 그다지 인내심이 강한 편은 아니었다. 한 행위에 일정한 시간 이상 집중하려면 즉각적인 보상이 따라줘야 했다. 뒤통수에 침방울이 대롱대롱 달려 있다는 사실은 꿈에도 모른 채 서둘러 목적지로 향하는 어른들 없이는 놀이도 재미가 없었다. 얼마 안 가 그는 흥미를 잃고 뒤로 벌렁 드러누워 버렸다. 가만히 앉아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생각하기, 잠자기, 책 읽기 정도가 다였고 전부 끔찍하게 지루한 것들뿐이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곧 벨마가 움직일 구실을 만들어주었다.
“잭, 접시와 포크를 놔! 체이스, 넌 가서 동생들 깨우고.”
길바닥에서 주워온 어제자 조간신문을 뒤적이던 체이스가 비척비척 일어나 문간방으로 들어갔다. 잠에 겨워 응석을 부리는 동생들을 무어라 보채는 소리가 들려왔다. 벨마가 잭의 품에 접시와 포크, 나이프를 안겨주었다.
식탁 배치는 잭이 서서 걸을 수 있게 되었을 때부터 그의 몫이었다. 접시를 떨어뜨리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균형을 잡으며 잭은 식탁을 빙 둘렀다. 벨마는 식사 시중을 들어줘야 하는 나나와 제냐 사이에 앉고, 메이벨과 앨리스에게는 꼭 마주 보는 자리를 줘야 한다. 엄마는 일하러 갔으니 넘어가고, 체이스와 자신의 것까지 하면 낡은 목제 테이블에 꼭 한 자리가 남았다.
빵과 치즈를 마저 옮기기 위해 부엌으로 돌아가자 벨마가 접시와 포크를 하나씩 더 챙겨 내밀었다.
“일곱 개밖에 안 가져갔지? 하나 더 놔둬.”
“왜?”
순간 달갑지 않은 여러 얼굴들이 스쳐 지나갔다.
“레니도 오늘은 집에서 저녁을 먹겠대.”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보다는 나았지만, 매일 애인을 만나러 가느라 코빼기도 보이지 않던 큰형이 구태여 저녁 식사 자리에 눌어붙겠다는 것도 의외의 소식이었다. 잭은 누나가 짜증을 낼 것을 알면서도 재차 물었다.
“왜?”
벨마가 눈을 홉떴다가 한숨을 쉬고는 표정을 풀었다.
“왜냐니, 내일은 너희가 떠나는 날이잖아.”
원체 깊이 생각하지 않는 성정이었으므로 잭은 질문을 멈추고 명령받은 대로 식탁의 빈자리를 채웠다.
품에 네 살배기 제냐를 안고 양팔에는 쌍둥이들을 매단 채 체이스가 임무를 마치고 지친 표정으로 의자를 끌어당겼다.
“그건 뭐야. 손님이라도 온대?”
“아니. 레너드가 올 거래.”
동생들을 착석시키고 자신 또한 항상 앉는 자리로 간 체이스가 코웃음 쳤다.
“안 올걸.”
“어떻게 알아?”
체이스가 무표정하게 빈 접시를 쳐다보며 대꾸했다.
“다 아는 수가 있어.”
자신을 애 취급하는 태도에 잭은 잠시 발끈했지만 실은 잭 역시도 형이 오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벨마마저도 마음속으로는 믿고 있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이 집안에 흐르는 피가 지닌 특질이었다. 약속은 저버리고, 과거는 잊고, 기어코 떠나고야 마는.
체이스에게 대드는 대신 잭은 입을 다물었다.
이윽고 벨마가 뜨거운 스튜 냄비를 들고 왔다. 뜨끈하고 고소한 냄새가 풍겼다. 그녀가 숨을 들이쉬고 가슴을 부풀리자 잭과 아이들은 귀를 틀어막았다.
“나나! 저녁 먹을 시간이에요!”
벨마가 소리를 질러 할머니를 불렀다. 여든에 가까운 아멜리아 마르티네즈의 귀는 거의 기능을 상실했지만, 그 부분만 빼면 나이에 비해 매우 정정한 편이었다.
“얘야, 그렇게 호통치지 않아도 된다고 몇 번을 말했니?”
“무슨 말씀이세요? 나나가 이미 다섯 번이나 불렀는데도 못 들으셔서 그런 거잖아요.”
매일같이 식탁 위에서 옥신각신 벌어지는 다툼도 내일이면 한동안 작별이었다.
간소하지만 정성 들인 상차림 앞에서 그들은 잠시 기도했다. 몰래 눈을 뜨고 빵을 집어 먹으려던 잭의 기척을 눈치채고 체이스가 손등을 툭 쳤다. 잭은 개의치 않고 입에 빵조각을 밀어 넣었다. 그 순간 할머니의 웅얼거림과 같은 기도문이 끝났다. 동생의 볼록해진 뺨을 보고 벨마가 핀잔했다.
“레너드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지, 재키!”
하지만 스튜에서 더 이상 김이 솟지 않을 즈음에는 벨마도 고집을 꺾었다. 그들은 식어서 얇은 기름 막이 생긴 스튜를 한 국자씩 퍼서 재빠르게 해치웠다.
식사를 마치고 나서는 따로 기도하지 않았다. 할머니는 종일 그랬듯이 뜨개실과 대바늘을 집어들었고, 벨마는 동생들을 욕조에 담갔으며, 잭이 모아온 식기에 체이스가 비눗물을 묻혔다. 그리고 그들은 조용히 잠들었다. 창밖으로는 여전히 짙은 안개가 항구를 휘감고 있었다.
밤과 새벽의 모호한 경계에서 잭은 눈을 떴다. 미처 걷히지 못한 구름 틈새로 아직 떠오르는 중인 해가 기웃거렸다. 터무니없이 이른 시간이었다. 어스름한 빛 속에서 체이스가 그의 팔을 잡고 흔들었다. 눈이 마주치자 그가 속삭였다.
“너 아직 짐도 안 쌌지?”
잭은 속으로 가게에서 주워들은 온갖 모욕적인 말을 중얼거리며 베개에 얼굴을 파묻었다.
“무슨 짐?”
체이스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그를 붙잡고 일으켜 세웠다.
“학교에 가져갈 짐 말이야, 이 감자 머리야!”
두 손으로 눈두덩을 문지르고 한참을 깜빡이고 나서야 겨우 초점이 맞았다. 체이스는 최대한 참을성을 발휘하며 잭이 정신 차리는 과정을 지켜보고 있었다. 잭은 그가 못 보던 옷을 착용 중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품이 조금 큰 흰 셔츠에 그들 것 같지 않은 부드러운 남색 옷감. 교복이었다.
이마에 꿀밤을 한 대 맞기 전에 미적미적 일어나 옷부터 갈아입었다. 이윽고 깨어난 벨마의 감시하에 찬물로 얼굴도 문지르고 이도 닦았다. 하지만 짐을 챙기는 것만큼은 도움이 필요했다. 그도 그럴 것이 잭은 여태 어디로도 떠나본 적이 없었다. 그는 형과 누나의 눈치를 보며 속옷과 양말, 여분의 옷을 챙겼다. 교복과 비교하니 형제들에게 물려받아 반질반질해진 옷은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부둣가의 아이들은 커크 포트에 드나드는 수많은 배 중에 하나쯤에는 올라타게 될 미래를 운명처럼 예감하고는 했다. 그러나 그것이 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더스티 홀로우로 가는 배가 될 것이라고 누가 말해주었다면 잭은 헛소리하지 말라며 정강이를 차버렸을 것이다.
거품을 일으키며 섬을 향해 나아가는 배의 갑판 위에서 그는 살짝 몸을 움츠렸다. 손끝이 저릿저릿하고 배가 간질거렸다. 그가 조금이라도 총명하고 영민한 아이였다면 이 기분을 명명할 표현을 찾아낼 수 있었겠지만, 주변 사람들이 부르듯이 잭은 그저 감자 대가리, 말썽쟁이, 멍청하고 대책 없는 꼬마에 불과했다.
사유지답게 선착장에는 학교를 찾아온 아이들밖에 없었다. 전부 서머셋 형제와 같은 신입생들이었다. 개중에는 교복을 말쑥하게 차려입은 채 의젓하게 학교로 걸어가는 아이들도 있었고, 이곳까지 따라온 사용인에게 달라붙어 떼를 쓰는 아이들도 있었다.
“저쪽인가 봐.”
체이스가 가방을 들고 터벅터벅 걸음을 옮겼다. 다섯 시간가량 되는 뱃길 내내 메스껍다는 표정을 짓고 있던 그는 얼른 어디엔가 앉고 싶은 마음뿐인 듯했다.
잭은 뒤돌아 그들이 건너온 바다를 보았다. 어제부터 겹겹이 쌓인 해무는 도통 걷힐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발 앞에 놓인 자갈을 툭 걷어찼다. 돌은 데굴데굴 구르다 안개 속으로 사라졌다.
“뭐 해? 두고 가 버린다!”
앞서가던 체이스가 돌아서서 소리쳤다. 잭은 잠시 그 너머, 가려져 보이지 않는 곳을 노려보았다. 무언가 중요한 것을 기억해내려는 것처럼 눈썹을 한껏 찡그리고 응시했다. 도통 떠올릴 수가 없었다. 가슴이 답답했다.
그러나 입학식이 끝나고 찾아간 기숙사에서, 깨끗하고 빳빳한 이불 속에 두 다리를 집어넣을 즈음 잭은 그 무언가를 떠올리고자 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리고 말았다.
잭은 그런 취급에 익숙했다. 함부로 밀쳐지거나, 앞에 두고도 보이지 않는 존재처럼 대해지거나, 어떤 무리의 부속품으로만 여겨지는 것. 그는 그런 편견에 대응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고 오해의 일부는 어느 정도 사실이었다. 때로는 반발심에 더더욱 뻗대고는 했다. 일부러 예상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음으로써 그들이 틀렸음을 증명하고 싶었다. 하지만 상자를 넘어뜨리고 고래고래 소리치고 부산스럽게 거리를 누비다 보면 결국은 그것이 본래의 자신임을 깨닫게 되었다. 지저분하고 눅눅한, 소금기가 밴 옷을 걸친 아이들은 서로의 과실과 엇비슷한 미래를 공유했다. 닻과도 같은 체념을 일찍이 내면화하고 순간을 모면하는 데만 열중했다.
아마 그가 태어나는 순간 어머니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을 것이다. 아버지는 이번에도 분명 곁에 없었을 테고, 할머니는 먹여야 할 입이 또 하나 늘었다고 불평했겠지. 잭은 손가락을 꼽아가며 그때 벨마와 체이스의 나이가 몇 살이었을지 계산해보았다. 그의 계산이 맞다면 그때 체이스는 제냐보다도 어렸다. 건넛방에서 벨마는 아이를 낳는 여인의 지난하고 고통스러운 비명소리에 귀를 틀어막고 모든 일이 끝나기만을 기다렸을 것이다. 만약 손더스의 말대로 그가 어릴 적 기억을 모조리 갖고 있는 천재였다면, 그는 이 상상이 실제로 일어났다고 확신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고작 심부름으로 구해와야 할 식료품 목록을 외우는 재주나 가지고 있을 뿐이었다.
시간에 쫓겨 아무렇게나 집어 온 씨앗의 이름은 제라늄이었다. 잭은 그게 어떻게 생긴 꽃인지, 무슨 빛깔로 피어나는지 알지 못했다. 그다지 관심이 있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곳은 커크 포트가 아니었다. 적어도 선생님 한 사람쯤은 그에게 기대를 걸고 있었다. 그게 잭이 특별해서는 결코 아니었고, 과제를 낸다는 건 학생이 그것을 해 오기를 바란다는 뜻이기 때문이었지만 어쨌거나 기대는 기대였다. 잭은 평소보다도 서둘러 식사를 끝내고 도서관으로 갔다. 아는 얼굴과 마주칠까 봐 곧장 서가에 몸을 숨겼다. 도서관을 무작정 세 바퀴쯤 돌자 <헤르체프의 식생: 식물편>을 발견할 수 있었다. 들고 내리치면 누군가의 머리통을 깰 수도 있을 만큼 두꺼운 책이었다. 운 좋게도 눈높이가 맞는 곳에 있었다. 잭은 그런 책이 대백과라고 불리는 것은 몰랐지만 제라늄의 G가 F와 H 사이에 온다는 것 정도는 알았다.
알맞은 장을 펼치자 온갖 종류의 제라늄 그림이 보였다. 색깔도 갖가지였다. 잭은 내심 그의 것이 보랏빛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림 아래 주의사항을 속으로 읽어보았다. 화분을 햇빛이 잘 드는 곳에 둘 것. 흙이 촉촉해지도록 물을 줄 것. 단, 배수가 잘되는 화분에 심을 것. 혹시라도 잊어버릴까 봐 잭은 도서관에서 기숙사로 가는 내내 이 세 문장을 계속 되뇌었다.
며칠 후, 루카스와 태피가 자리를 비운 빈방에서 잭은 탄성을 내질렀다.
연녹색 줄기가 흙을 뚫고 머리를 내민 것이다. 가냘프고 미미하지만 뚜렷한 성장의 흔적이 화분 위에 당당하게 자리했다.
‘나도 할 수 있어.’
잭은 새싹을 손끝으로 톡 건드리며 생각했다.
‘나도 할 수 있단 말이야.’
불씨 (200726)
불꽃은 촘촘한 잔상만을 남기고 사그라들었다. 폭죽이 연달아 터지는 소리가 여전히 귓전에서 울리는 듯했다. 잭은 눈을 끔벅이며 잠잠해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희게 찢어지는 빛의 흔적이 사라지고 나서야 바닥을 짚고 몸을 일으켰다. 축축한 흙이 잔뜩 묻어났다. 바지춤에 손바닥을 문질러 닦았다. 땀과 음료로 끈적끈적해진 셔츠가 살갗에 달라붙었다. 분명 혼이 나고 말 것이라는 생각이 덜컥 들었다. 학교에 들어온 지 꽤 되었는데도 엄마나 누나가 여기 없다는 사실은 여전히 한 박자 늦게 떠오르고는 했다.
재잘거리는 아이들을 뒤로하고 걸음을 재촉했다. 광장에서 학교에 이르는 한길은 시간이 늦어서인지 한적하고 고요했다. 이따금 들려오는 새의 울음과 풀벌레가 날개를 비비는 소리, 잭이 자박자박 도로를 밟는 소리만이 정적을 흩뜨렸다. 평소 같았으면 목청을 한껏 키워 노래를 불러댔을 것이다. 관중이 없는 무대에서 목소리가 울려 퍼지다 차츰 잦아들어 이내 허공으로 사라지는 순간의 쓸쓸함을 그는 제법 좋아했다. 그러나 잭은 입을 꾹 다물고 드문드문 세워진 가로등을 하나씩 제치는 데만 열중했다. 실상 습관적으로 학교를 향해 돌아가고 있을 뿐 그는 조금 전의 풍경에 온통 마음을 뺏긴 상태였다.
좀 더 오래 자리에 남아 불꽃놀이의 여운에 감탄하거나 지나가는 어른을 붙잡고 한 번 더 쏘아 올려 달라고 떼를 쓸 수도 있었다. 종일 어울린 뒤 하루를 장식하는 피날레에 모두가 얕은 흥분 속에 들뜬 마음을 주체하지 못했다. 그 역시도 입을 열어 무어라 첨언하려 했다. 불빛이 번쩍이며 얼굴을 비출 때의 두근거림, 다음 폭죽의 도화선이 타들어 가기까지의 긴장감, 그것들이 자아내는 열광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러나 단어와 문장이 자꾸만 엉켜 혀 아래로 미끄러졌다. 어설픈 언어로 감상을 표현하려 했다가는 그 경험이 고스란히 휘발될 것만 같았다.
템페라이트를 태워 만든 불꽃은 근사했다. 불꽃은 작디작은 씨앗에서 시작해 완벽한 대칭을 이루며 밤하늘 위로 퍼져 나갔다. 점과 선이 오차 없는 간격으로 펼쳐져 정교한 도형을 그렸다. 그런 것들, 정밀한 계산과 섬세한 기술 따위는 잭의 삶과는 거리가 멀었다. 잭이 살아온 짧은 인생은 하나의 거대한 임기응변과도 같았다. 그런데도 광장 가장자리의 풀밭에 누워 눈에 담은 하늘은 꼭 그가 가질 수 있는 것인 양 가깝게만 느껴졌다.
심장이 막무가내로 박동했다.
환상에 젖어 들기도 전에 불꽃은 흩어져 없어졌다. 아름다운 것들은 언제나 한시적이고 쉬이 닿을 수 없는 곳에 있기에 더더욱 빛난다는 섭리를 어린 잭은 아직 미처 깨닫지 못했다. 때로 스스로가 너무나 사소하게 느껴질 때의 허전함을 어떻게 소화해야 할지도 그에게는 미지수였다.
그래서 잭은 무작정 달리기 시작했다. 뱃속의 공허를 안고 어쩔 줄을 몰라 허리를 펴고 다리를 크게 뻗었다. 두 팔이 교차할 때마다 폐가 터질 것처럼 부풀었다. 벌어진 입술 사이로 뜨거운 숨이 토해져 나왔다. 속도를 내면 낼수록 방금 밟고 지나간 자리에 자신으로부터 무언가가 떨어져 나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땅과 맞부딪을 때마다 발바닥이 화끈거렸다. 그러나 멈추지 않았다. 뒤돌아보지도 않았다.
지금만큼은 달아나거나 평가받기 위해 달리는 것이 아니었다. 수준 높고 세련된 억양으로 표현할 줄은 몰라도 온몸으로 감각하는 능력은 오롯이 그의 것이었다. 막막했던 가슴에 환희가 차올랐다.
불 꺼진 운동장에 그가 있었다.
1
언덕 위로부터 바람이 쏟아져 내려왔다. 웃자란 풀이 발목을 간지럽혔다. 아침 식사를 마치자마자 밖으로 뛰쳐나오려던 잭을 턴퀘스트 가족이 붙잡고 양말을 신기지 않았다면 풀잎의 결각에 이미 살갗을 베였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한 걸음 뒤에서 페라이가 소풍용 가방을 품에 안고 낑낑거리며 따라왔다. 머리에 얹은 챙 넓은 모자가 위태롭게 나풀거렸다. 모자가 바람에 휩쓸려 저 멀리 닿을 수 없는 곳으로 날아가기 전에 잭은 손을 뻗어 그것을 꾹 눌러주었다.
“잭… 꼭… 저 위에 올라가서 타야 해…?”
“내리막길에서 타면 훨씬 쉬울 거야!”
페라이가 칭얼거렸지만 잭은 평소처럼 고집을 부렸다. 개학을 열흘 앞두고 그는 약속한 대로 턴퀘스트 농장에 방문했다. 그들 가족이 친절하게도 자동차를 보내준 덕에 나라를 가로지르는 여정이 그다지 힘들지 않았다. 자동차라는 것을 타는 데 있어 가장 불편한 점은 탑승하는 내내 좌석에 엉덩이를 붙이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고, 그마저도 여행의 설렘에 간밤 잠을 설친 그가 출발 삼십 분 만에 곯아떨어지면서 해결되었다. 운전사가 가죽 시트에 묻은 침을 당혹스러운 얼굴로 닦아내며 잭을 흔들어 깨울 즈음에는 이미 해질녘이었다. 잭은 기다렸다는 듯이 차에서 폴짝 뛰어내려 주변을 둘러보았다. 현관에서 서성이던 페라이가 그를 발견하고 달려와 맞아주었다.
그린 힐은 커크 포트와는 전혀 달랐다. 공기에서는 짭짤한 비린내가 아니라 싱그러운 풀냄새가 났다. 잭은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이곳에 머무른 지도 어느덧 일주일째였다. 그간 잭과 페라이는 말 대신 양치기 개의 등에 올라타 보거나, 샌드위치를 싸서 온종일 여우가 나온다는 굴을 찾아다니거나, 평범하게 자전거 타는 법을 연습했다. 타고나기를 몸을 다루는 데 능숙한 잭은 세 번쯤 넘어지고 나서부터는 어떻게 해야 균형을 잡고 페달을 밟을 수 있는지 터득했지만 페라이로서는 영 요원해 보였다.
우여곡절 끝에 꼭대기에 올라 내려다본 초원은 끝이 없었다. 광활하게 펼쳐진 초록 위에 소들이 모여 느릿느릿 풀을 뜯었다. 상가 뒷골목을 어슬렁거리며 버려지는 음식을 노리는 개나 짐 마차를 끄는 말은 집에서도 종종 보았지만 살아 있는 소를 만나는 것은 처음이었다. 첫날 겁도 없이 외양간의 울타리에 매달렸다가 두껍고 끈적거리는 혀에 얼굴이 핥아진 뒤로 잭은 이 거대하고 묵묵한 존재들이 다소 어색하게 느껴졌지만, 멀리서 볼 때는 여전히 신기했다.
언덕은 아래에서 볼 때보다 위에서 더욱더 가파르게 느껴졌다. 페라이가 다가와 물었다.
“정말로… 여기서… 타고 내려갈 거야…?”
잭은 대답 대신 고개를 힘차게 끄덕이고는 안장에 몸을 얹었다.
“위험할 텐데…….”
“재밌으면 돌아와서 뒷자리에 태워줄게!”
페라이는 그녀의 친구가 기어코 당하고 나서야 깨달음을 얻는 유형임을 되새기고는 옷자락을 붙잡았던 손을 놓아주었다.
심호흡을 하고 서자 등을 밀어대는 공기의 흐름이 좀 더 선명하게 닿았다. 상체를 앞으로 조금 기울이고 땅을 박찼다. 바퀴가 서서히 구르기 시작하더니 이내 속도가 붙었다. 몸이 붕 뜨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후들거리는 팔다리를 핸들과 페달에 단단히 붙이지 않으면 금방이라도 중심을 잃고 쓰러진다는 점이 매혹적이었다.
그가 고려하지 못한 요소가 있다면 세상에는 관성이나 가속 따위의 물리 법칙이 존재한다는 사실이었다. 언덕 아래에 도달할 즈음 속도를 줄이려 했지만 내내 브레이크를 놓고 있던 탓에 우아하게 멈출 수 있는 사정거리가 부족했다. 울타리에 부딪히기 직전에 급정거한 자전거는 힘을 이기지 못하고 뒷바퀴가 들렸고, 잭은 자전거와 함께 한 바퀴를 굴렀다. 그 순간에도 눈은 감지 않았기에 하늘이 뒤집히고 풀밭과 누군가의 신발 한 켤레가 시야로 들어오는 과정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잭!”
멀리서 페라이가 그의 이름을 부르며 달려 내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잭은 고개만 돌려 신발의 주인을 확인했다. 턴퀘스트 가의 장녀였다. 그녀가 어디서부터 지적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얼굴로 그를 곤란하게 훑어보다 입을 열었다. 잭은 한바탕 설교가 펼쳐질 것을 기대하고 슬그머니 시선을 피했다. 그러나 예상은 언제나 실제를 비껴갔다.
“서머셋 부인이 전화를 하셨어. 거실로 가보렴.”
“엄마가요? 왜요? 이따 다시 하면 안 돼요?”
바닥에 널부러진 채로 묻자 그녀가 입술을 깨물고서 고개를 저었다. 페라이의 첫째 언니는 네 자매 중에서도 성격이 제일 억세고 단호해서 페라이의 우유를 몰래 마셔주다 걸린 잭을 여러 차례 꾸중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웬일인지 옷을 엉망으로 더럽혔는데도 잔소리 하나 하지 않았다. 잭은 그에게 걸려온 전화가 결코 좋은 소식을 가져오지는 않았음을 본능적으로 직감했다. 어른들은 비극 앞에서 사소한 실수 정도는 눈감아주기 마련이었다.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쓰러진 자전거를 세우고 집으로 향했다. 뒤따라오려는 페라이를 그녀의 언니가 멈춰 세우고 무어라 속삭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자 턴퀘스트 부인이 수화기를 건네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잭은 아주 오랜만에 내장이 뒤틀리는 기분을 느꼈다. 그가 이곳에서 폭신한 이불을 덮고 배불리 먹으며 뛰노는 동안 집에서 누군가 아파 쓰러지기라도 했다면? 망설이다 전화를 귀에 갖다 대자 어머니의 가라앉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잭이니?”
“네.”
어머니가 길게 한숨을 뽑아냈다. 수화기 너머에서 심장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잭은 전화를 내려놓고 달아나고 싶은 충동을 버티고 이어질 말을 기다렸다. 물기 없이 메마른 목소리로 그녀가 전했다. 아버지가 죽었다고.
2
“생령의 왕의…….”
벨마와 메이벨의 손을 붙잡고 기도를 올리던 나나가 머뭇거렸다. 망자를 남겨두고 살아남은 이들끼리 둘러앉은 식탁에서는 어떤 기도문을 읊어야 하는지, 사제도 학자도 아닌 늙은 아멜리아로서는 알 길이 없었다. 그녀는 결국 여느 때와 다름없이 일용할 양식에 대한 감사를 전하고는 기도를 마쳤다. 잭은 내내 이 빠진 접시와 군데군데 그을린 스푼을 응시했다. 전구가 깨져 주홍빛 노을과 촛불에 기대어 식사하는 자리가 도무지 현실 같지 않았다. 불과 반나절 전까지만 해도 그는 그린 힐의 들판에, 불행이라고는 너무 멀어 일평생 닿지 못할 것 같은 곳에 있었다. 그곳은 잭의 집이 아니었고 페라이가 어떤 제안을 하든 언제까지고 머물 수는 없으리라는 것쯤은 그 역시도 잘 알았다. 그러나 이런 식의 바라는 누구도 바라지 않았다.
“언제 알았어?”
식기가 달그락거리는 소리를 가르고 잭이 물었다.
“무슨 소리니?”
음울하고 피로한 얼굴로 벨마가 시치미를 뗐지만 통하지 않았다.
“그 인간이 죽었다는 걸 언제 알았냐고.”
“편지를 받은 건 엿새 전이야. 엄마한테 알린 건 이틀 후고.”
체이스가 억양 없이 대꾸했다.
“내가 떠나고 다음날이구나.”
잭이 짓씹듯이 내뱉었다.
“알았으면서 아무 말도 안 한 거야.”
“처음으로 친구네 집에 놀러 간 거였잖아, 재키.”
“그래서? 난 가족도 아냐?”
“네가 가족이니까 기다린 거야. 억지 부리지 마.”
체이스는 여상하게 그를 윽박지르거나 무시하는 대신 최대한 점잖게 타일렀다. 그래서 더욱 비참했다. 그는 함께 노여워하고 또 슬퍼하고 싶었다. 아버지의 죽음을 공유하는 순간에 그는 가족의 곁에 없었고 그 순간은 영영 돌아오지도 반복되지도 않을 것이다. 그 자리에 없었던 세 사람에 그가 속한다는 게 못 견디게 싫었다. 패트릭이 전처와 낳은 아이들 중 하나가 그와 똑 닮았다면, 체이스와 동생들 중 한 명 역시 그의 전철을 따르는 것이 마땅한 이치 아닌가? 잭은 그 역할을 자신이 맡게 될까 오랫동안 두려워했고 이 사건이 꼭 예정된 미래의 전초 같아 겁났다. 그는 종종 세계가 합심하여 그의 기회를 빼앗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행복해질 기회. 더 나은 사람이 될 기회. 미래를 꿈꿀 기회. 하지만 그는 누군가 일부러 공들여 방해할 만큼 중요한 존재도 아니었고 결국 모든 걸 망치는 원인은 스스로 내린 선택이었다.
“조용히 하고 식사부터 하자꾸나.”
나나가 눈가를 문지르며 주의시켰다. 잭은 자리를 박차고 나섰다.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복도로 울려 퍼졌지만 아무도 그를 따라오지 않았다.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걸으면 언제나 항구에 도착했다. 선창에 걸터앉아 깊은 물 속을 들여다보았다. 몸집이 작은 아이라면 다리를 한껏 뻗어도 세 뼘은 더 가야 수면에 엄지발가락이 닿을락 말락 한 거리였다. 이 밤에 구두라도 떨어뜨렸다가는 되찾기를 포기해야 했다. 얼굴이 익은 선원들이 고주망태가 되어 지나가다 그를 알아보고서 짓궂은 농담을 던졌지만 잭은 응수하지 않았다. 장난질을 치던 사내들도 주먹만 한 꼬마의 우울에는 곧 흥미를 잃고 멀어졌다.
끈적한 항구의 바람이 그의 얼굴을 씻어내렸다. 앞으로 나아가라고 등을 밀어주는 그린 힐의 바람과는 성질이 달랐다. 염분이 밴 후덥지근한 공기가 그를 감쌌다. 누가 그에게 팔을 쓰지 않고도 포옹하는 법을 묻는다면 여름밤 커크 포트의 해변으로 가 조용히 앉아 있으라고 답해주리라. 잭은 다리를 끌어모으고 등대의 빛이 가리키는 원경을 쫓았다. 이 시간에는 기적을 울려 위치를 알릴 거선보다는 해안에서 멀지 않은 곳에 그물을 치고 고기를 잡는 낚싯배가 더 많았다. 조명을 걸고 띄엄띄엄 늘어선 배들은 빈말로도 바다에 뜬 별이라고 하기는 어려웠지만 나름대로 운치가 있었다. 생 다음의 세계에도 바다가 있다고 믿으면 죽음도 그다지 무섭지 않았다.
밤이 깊어갈수록 이 여관에서 저 술집으로 자리를 옮기는 취객들이 늘어났다. 어머니의 가게에 들른 누군가가 당신 아들이 홀로 떠돌고 있더라고 전하는 상황만큼은 피하고 싶었다. 잭은 이만 뺨을 닦고 일어섰다. 돌아서려는데 바다의 결을 타고 무언가가 떠밀려와 교각을 굼뜨게 들이받았다. 어둠 속에서 한참을 노려보고 나서야 윤곽을 잡아낼 수 있었다. 손잡이가 반절 이상 꺾여나가 원래의 형태를 알아보기는 어려웠지만 분명 부러진 노였다.
3
장례식은 조촐했다. 지역 교구의 신부와 서머셋 가족, 어머니의 긴밀한 친구 몇 명과 아버지가 그나마 건실한 직업을 가졌을 적의 동료 한 명이 자리를 지켰다. 잭은 뒷짐을 지고 불량하게 서서 천천히 땅속으로 사라지는 관을 지켜보았다. 그 위로 흙을 한 줌씩 뿌리는 의식을 치르면서는 남몰래 가래를 섞어 던졌다. 신부가 경전의 구절을 찾아 읽는 동안 뒤로 물러난 일꾼들이 담배를 이에 물고 두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관이 지나치게 가볍군.”
“몰랐나? 시체를 못 찾았다잖아. 파도에 쓸려갔다던데.”
어머니나 누나, 체이스가 비밀에 부쳤던 사인을 그렇게 알게 될 줄은 몰랐다. 잭은 일꾼들을 향해 돌멩이를 걷어찼다. 발치에 떨어진 돌을 보고 한 발 물러선 사내가 잭과 눈이 마주치고서는 머쓱하게 몸을 틀고서 목소리를 낮췄다.
체이스가 레너드를 공격할 때 쌍둥이들은 잭의 등 뒤에 숨어 있었다. 잭은 동생들을 팔로 감싸며 그 아이들이 얼마나 심하게 떨고 있는지 깨닫고는 놀랐다. 형과 누나의 싸움보다도 메이벨과 앨리스가 그렇게나 작고 가볍다는 사실이 훨씬 생경했다. 품에 안고 귀를 막자 쌍둥이들이 답답하다며 몸을 뒤틀었지만 잭은 놓아주지 않았다.
비를 맞으며 집까지 걸어 돌아오느라 온 가족이 기진맥진했다. 목욕물이 데워지자마자 몸을 담그고서는 다들 저녁마저 거르고 요를 덮고 누웠다. 쌍둥이들은 금세 새근거리며 깊이 잠들었으나 체이스는 가슴이 답답한지 한참을 뒤척이다 눈을 붙이고 나서도 간간이 기침을 뱉었다. 잭은 도통 잠이 오지 않아 뻣뻣하게 누운 채로 가볍기만 한 눈꺼풀을 깜빡이다 방에서 나왔다.
좁다란 거실에 벨마가 앉아 있었다. 낡아서 삐걱거리는 의자는 낮에는 나나의 차지라 다른 누구도 아닌 벨마가 거기 앉아 있는 모습은 무척 낯설었다. 도로 방에 들어가려는 잭을 그녀가 손짓해 불렀다.
“여태 깨어 있었니?”
“응.”
“왜?”
“그냥.”
“누나는?”
벨마가 힘없이 웃었다.
“그냥.”
서머셋 가의 장녀는 그들 가족 중 유일하게 푸른 눈을 가졌다. 작정하고 속인다면 서머셋이 아니라고 우길 수도 있었다. 떠나고 싶지 않아? 잭은 속으로 누나에게 물었다. 어쩌면 그녀는 계속 그 질문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몰랐다. 때로는 대답을 확신하지 못하더라도 질문이 필요했다. 벨마가 잭을 학교로 밀어 넣은 것처럼, 잭 역시도 그녀를 끌어주고 싶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우리는 서로를 지켜야 해.”
벨마가 잭의 머리를 쓸어주며 속삭였다.
“우리가 가진 건 서로뿐이니까.”
그러나 그녀 역시도 그 말을 온전히 믿는 것 같지는 않았다. 잭은 드물게 얌전히 안겨 그녀가 연신 중얼거리는 얘기에 귀 기울였다. 벨마의 속삭임은 위로보다는 암시에 가까웠고 희미해졌다가도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정수리에 닿은 벨마의 뺨이 기어이 축축해지는 것을 모른 체하며 그는 어제 항구에서 본 노를 떠올렸다. 썰물에 쓸려 해안으로 밀려왔다가 재수 없게 부두의 기둥에 걸려 운명을 마감하게 된 판자때기. 본래의 목적은 초저녁에 잃고 어떤 사연을 지녔는지 토로하지도 못하는 쓰레기였다. 그러나 인생이란 다 썩어 문드러진 노라도 손에 쥐었다면 저어 나가야 하는 것이었다.
정말이지 애석하게도 그게 그들의 삶이었다.